나의 이야기

[스크랩] 여군 중위를 만나다

기찻길옆 2015. 2. 21. 09:08

토요일이면 진주의 터미널 부근에 젊은 군인들이 자주 보입니다.

공군훈련소와 공군비행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일 것입니다.

 

나는 푸른 군인제복만 보아도 가슴이 뜁니다.

한때는 나도 군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벽 출근길에 잠시 머무는 체육공원에서 듣는 젊은 목소리엔 열광하기도 합니다.

강 건너 훈련소에서 기상 시간대에 들려오는 함성소리를 같이 따라 하기도 합니다.

열중 쉬어 부대차렷. 뒤로 돌아.

목청이 확 트이고 기분이 얼얼하게 좋습니다.

 

설 전에 공군비행장안에서 여군과 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약속에 의해서가 아닌 우연이지만 별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군인은, 특히나 그 여군은 더 싱싱하고 더 젊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부대 안에서 토목 관련 일을하고 번잡한 시간을 피해 장교식당으로 갔습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는 때라 식당 안은 한가하였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군인 한명이 밥을 타서는 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냥 군인이었으면 이런 글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여자 군인, 중위였다.

 

흘끗 보니 이목구비가 아주 단정한

키도 훤칠하고 꼿꼿하게 앉아 식사를 하는데.

자꾸 뭔가 켕겨서 옆을 흘끔거렸습니다.

 

빈자리는 많은데,

배식구 앞도 아닌 구석 쪽 자리인 내 옆으로 왜 왔을까?

오만 생각이 몰려와서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위라면 사관학교를 나와 3년은 넘었을 것이고

대충 때려잡아도 30은 넘지 않았을. 내 딸아이와 비슷한 나이인데.

 

군인의 예민한 감각은 역시  남달랐습니다.

나를 보며 말을 던졌습니다.

 

아저씨에게 곁눈질을 받을만한 가치가 제게 있나요?”

깜짝 놀라며 주위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분명 내게 던진 메시지였습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자 중위가 웃었습니다.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요.”

나쁜 짓하다 들킨 사람처럼 심하게 버벅거리자 중위는 오히려 재미있어 했습니다.

 

아저씨가 자꾸 저를 보는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쯤에선 작정하고 나도 말을 받았습니다.

 

아네. 여군하고 같이 밥을 먹으니 좀 수상해서요.”

여군이 뭐 외계인이라도 되나요?”

 

이쯤 되면 내게 큰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별스런 생각이 몰려왔습니다.

모르는 여성의 옷자락만 만져도 성희롱 죄에 든다고 안 하던가요.

 

나잇살이나 든 어른이 딸 같은 여군을 성희롱했다고

신문에라도 나면 내 딸아이 혼삿길 까지 막혀버릴 아주 큰일입니다.

얼른 지갑을 들추어 이럴 때에? 써먹으려 만들어놓은 문협회원증을 디 밀었습니다.

 

제가 좀 궁금증이 많아서요. 여군과 같이 밥 먹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거든요?”

중위가 대꾸하기도 전에 속사포처럼 다음 말을 쏟아 부었습니다.

 

빈자리가 많은데 하필 왜 내 옆자리로 왔을까?

내가 중위님처럼 젊은 나이라면 또 모를까.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요.”

 

“500원 있으세요?”

뭔 소리야? 갑자기 500원이라니?

어리둥절 표정을 짓자 중위는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때에야 나도 500원의 의미를 알아챘습니다.

중위는 나와 개그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 오는 식당이라 특별히 앉는 자리가 있죠.

번잡할 때엔 내 자리를 고집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한가할 때 오는 겁니다.”

 

그럼 중위님이 점심기간에 와서 늘 앉는 자리가 바로 그 자리?

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선생님이 제 자리를 뺏은 겁니다. 저도 한창때엔 문학소녀였는데 하하하.”

 

아저씨에서 대번에 선생님으로 지위가 격상되었습니다.

완장은 아니지만 증도 이럴 때엔 위상이 먹히나봅니다.

 

젊음은 싱그럽습니다.

이미 밥은 다 먹었고 나는 자리를 깨끗이 훔치고 밥그릇을 들고 일어났습니다.

 

식당을 나오며 뒤돌아보니

중위는 내가 앉았던 자리로 옮겨서 남은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군인이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총리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청문회장에서 혼쭐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군대 다녀오지 않은 이유를 따지고 들면서도

제주도의 해군막사 건립은 지금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는, 옮겨온 군부대의 담장보다 더 높은 망루를 짓고

그 위에서 확성기로 장송곡을 밤새 틀어놓는 해괴한 짓도 해대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아들 딸, 군인을, 총칼을 쥔 야수로 생각하지 아닐까요?

이렇게 풋풋하면서도 씩씩하고 멋있고 유머스럽고 아름다운,  여군도 있는데.

 

명절 잘들 보내셨는지요.

 




 

★★.. 중국군 퍼레이드 ****

 

 

중국 군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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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4050 아름다운 추억(부산.경상)
글쓴이 : 기찻길옆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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