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천사가 곁에 있어도 천사를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

기찻길옆 2016. 10. 19. 05:02

초등학교 주변을 지날 때 내 기분은 최고로 올라간다.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마음을 맑게 하여주기 때문이다.

 

천사와 같은 아이들의 소리는 시끄러움에 앞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처럼 속이 눅눅할 때엔 부러 초등학교를 찾아 간다.

 

웃고 뛰놀며 해사한 얼굴의 아이들을 보면 검정고무신 시절의 내 어릴 적 생각에

흐뭇한 웃음과 함께 걱정 근심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느 핸가 유명 잡지에 추억의 소리 12개쯤을

순서대로 적어보라는 글이 올라왔다. 나름대로 적었던 소리를 옮겨본다.

 

1: “뿌웅,”

자욱한 안개 속에 출항하는 뱃고동소리
2: “깍깍,”

 미루나무 가지 끝에 앉아 우는 까치소리.


3: “음메,”

일 나간 엄마 찾는 외양간 송아지 울음소리
4: “졸졸,”

 돌 틈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소리.


5: “꽥 ,”

산허리 돌아가는 기차의 기적소리.
6: “땡땡,”

시골 초등학교 집 합종 소리.

 

7: “돼지 꿀꿀,

 1학년 고사리들의 하나 둘 구령소리.
8: “와글와글,”

 쉬는 시간 교실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


9: “찌리찌리,”

보리밭 높이 떠 지저귀는 종달새 울음소리.
10: “철수야. 밥 먹어라,”

저녁밥 지어놓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

 

11: “옛날에...”

할머니 무릎위에서 듣는 호랑이 담배피던 옛 소리.
12: “철썩 철썩,”

꿈길 따라 베갯잇을 찾아드는 먼 파도소리.

 

                  

역시 으뜸은 아이들 소리이다.

예나 제나 내 안의 기억들은 아이들 소리로 꽉 차 있다.

 

며칠 전의 신문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초등학교 옆에 사는 어느 어른이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학교를 옮겨주던지 아니면 특별한 대책을 세워주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 우리말로 고소장을 냈다.

 

그 어른.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아이 때를 거치지 않는.

하지만 대한민국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가 멋지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견딜 수 없으면 신청인이 이사 가기를 정중히 권한다.”

솔로몬의 지혜보다 더 훌륭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가 잘 아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이다.

솟장을 낸 그 어른. 아이적엔  아마 누구보다 더 떠들었을 것이다.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아동학대 사건이 하루가 멀다않고 일어난다.

일전엔 경기도 화성에서 5살 아이를 시끄럽게 군다며 때려서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는 어른처럼 욕심을 부릴줄도 거짓말을 할 줄도 모르는 천사다.

천사의 소리가 시끄럽다면 도대체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 일까?

 

인간이 이리도 험악해 질수 있는지. 아침신문을 펼치기가 겁난다.

 

자신의 욕심을 충족하기 위하여 아이 학대를 서슴지 않는.

 뭘 얼마나 가져야 원하는 악행을 일삼는 그들의 행복이 완성 되는지.

 

어릴 적 즐겨 읽었던 동화. 강아지똥의 권정생 선생은.

 ‘잘 산다는 건 겨우겨우 사는 것.’ 이라 하시던데.

 

 이 비, 개이고 나면 푸른 하늘이 찾아오듯이

모든 아이들에게 원초적으로 들어있는 푸른 마음을 없애버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비는 내리고.

 (16일 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