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가 장화신고 건넜나?
건설경기가 많이 죽었다.
이맘때면 으레 일감이 없기는 하지만 올핸 유난히도 더 없다.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돈이 복지로 넘어가서라고 일부는 말하는데 글쎄.
경기가 식으며 밥집의 아우성이 더 크다.
직장주변 5천 원짜리 밥집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값싸고 맛있어서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왔다.
지금은 옛말이다. 테이블이야 8개정도, 점심피크인데도 우리 포함 두 테이블이 모두다.
“에이. 여기 식초를 좀 치면 맛날 터인데.”
옆자리 장비(수염이 많아선지 같이 온 사람이 장비라 불렀다.)가 반찬으로 나온 무채 나물을 보고 말한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였다. 미역 같은 해초류나 채 나물엔 식초를 곁들이면 참 좋다.
시큼함은 식욕을 북돋우고 건강에도 좋다. 왜. 안 있던가?
식탁에 꼭 있어야할 건강3요소라고. 멸치, 양파, 식초.
주인아줌마 대답이 걸작이다.
“채 나물에 식초를 치면요. ‘가오리는 장화신고 건넜나?’ 손님들이 되묻걸랑요?”
한참 웃었다. 작가는 내가 아니고 저 아줌마다고. 물론 속으로.
“가오리 좀 보태지. 거 뭐라고.”
장비의 말대답에 눈칫밥 많이 먹어본 연륜이 보인다.
“술집에나 해당이지, 5천원 밥집 거덜나요.”
어쩌면 당연하다. 이집 속사정을 내가 잘 안다. 밥 한 그릇 5천원 받아야 2천원 남기기 어렵다.
모든 물가는 다 올랐는데 밥값만 안 올랐기 때문이다.
근처에 6천원 뷔페식당이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값이 싸다. 무채에 가오리를 넣으면 주인말대로 살림이 거덜난다.
하지만 이러고도 장사 잘 하는 식당을 나는 본적이 있다.
여수서 자취할 때이다.
가끔 가는 식당엔 손님 거의가 노가다인데. 밥값이 쌌지만 특별한 음식이 끼니마다 나왔다.
가오리무침이나 전어 회. 아니면 돼지수육 등이다.
이걸 온 접시로 내놓는 것이 아니고 간장종지 만한 곳에 맛보기로 준다.
“야. 이거 직이는데? 아줌마 쐬주 한 병.”
시큼한 식초냄새가 그잖아도 먹을까 말까 망설이던 소주를 찾게 한다.
소주는 지금가격으로 입고가가 1천3백원 정도다.
판매가가 4천원이니 한 병 팔면 2천7백원 남는다. 밥 한 그릇 파는 가격보다 많다.
새벽에 일어나 밥하고 반찬 만들고, 시간과 돈이 많이 소비된다.
술은? 그냥 병만 내어놓으면 되고. 버리는 게 없으니 경상도 말로 마그리 남는 장사다.
작은 가오리 회의 유혹에 블루칼라들은 속절없이 넘어간다.
노가다 주량은 내가 잘 안다. 앉은자리서 두당(한 머리 당.) 3병은 거뜬히 마신다.
한자리 네 명이면 12병까지는 아니라도 7병은 보통이다.
밥보다 술에서 이문을 남기려는 주인의 탁월한 장사개념이다.
장비와 껄렁한 농을 주고받는 5천 원짜리 밥집 아줌마는 젊다.
노련한 장삿속을 터득하긴 아직 이르다.
장사가 안 되어 못산다고 아우성쳐도 돌아보면 의외로 잘 되는 곳이 많다.
알고 보면 당사자만이 터득한 이러한 노하우가 있어서이다.
그런 기술이란 반 푼어치도 없는 나는?
주 60시간 이상을 해도 받는 돈은 늘 쥐꼬리다.
올해부턴 진짜 노인행렬에 들었는데 앞길이 구만리다.
오늘이 월급날이건만 밥상이 그래선지 영 부실하다.
푸성귀 일색이니 이거 원. 마트 가서 막걸리나 한 병 사 들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