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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기찻길옆 2019. 12. 28. 20:28

티비를 트니 불후의 명곡. 이미자가 나온다.

이미자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아 어른 할 것 없이 다 안다.

하지만 요즘 20대 젊은이들은 이미자는 알아도 이미자 노래는 모른다.

그래서 이미자 콘서트는 효란 문패를 달고 다닌다. 늙은이만 오는.

 

인기 여가수가 나와서 이미자 노래 '아씨'를 부른다.

아씨. 1970년에 김희준 김세윤 주연의 티비시에서 방송된 드라마다.

 

그때엔 모든 드라마에 주제곡이 있었는데 아씨노래는 이미자가 불렀다.

나는 그때부터 이미자 하면 아씨노래를 제일로 떠올린다.

이유가 있다. 노랫말 때문이다.

요즘 아이돌 노랫말과는 판이하다. 가사 한줄 한 줄에 인생이 담겼다.

어디선가 저 만치서 뻐꾹새 구슬피 울어 대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여기서,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이 대목을 부를라치면 목이 메도록 울음이 복받친다.

 

어떻게 이런 노랫말을 지었을까? 그가 누굴까?

임희재다.

불운하게도 이 천재 작사가는

아씨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끝난 71년 같은 해에 한창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아씨 노랫말은

드라마의 마지막을 나타낸다.

드라마처럼 그도 섧은 세상을 한탄하며 갔을 것이다.

간다는 것. 안 섧은 사람이 있을까?

 

섧다. 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이제야 사전을 뒤적인다.

섦다= 원통하고 억울하여 슬픈 느낌이 마음에 차 있다.

 

어째 좀 으스스하다. 아니, 무섭다.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문구다.

좀 더 낫게 풀이하면? 서럽고 안타깝고, 그래서 슬프다.

 

언제부터인지, 연말만 되면 슬프다. 나만 그럴까? 

적적하고 먹먹하고, 어딘지 가슴 한구석이 휑한,

나이 탓이려니 하지만.

뭐하나 이룩해 놓은 것 없이 또 한해를 보내기 때문이겠지.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이미자의 아씨 노래가 오늘따라 더욱 더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