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
정사장.”
며칠 전이다.
땅거미가 깔린 늦저녁 길을 가는데 누군가가 부른다.
당연히 나는 사장이 아니니 안돌아본다.
“정사장.”
다시 부르기에 목소리가 낯이 익어 되돌아보니.
이런? 잘 아는 사람이다.
“아니? 구상무님 아닙니까?”
상무는 무슨 말라빠진,
전에 고물상 사장이 친구라 막걸리 얻어 마시러 자주 다녔는데
그때 알게 된 파지 모으러 다니는 손수레꾼이다. 저들끼리 상무전무 부장 하며 불러댔다.
“이거 얼마만이고?”
손을 덥석 잡더니 마트로 잡아끈다. 다 안다. 그놈의 습성, 술사란 표시다.
막걸리 2병과 팥빵 2개를 샀다. 길가 인도 경계석에 걸터앉았다.
“우리 전엔 이렇게 술 자주 마셨지?”
손수레 끌며 파지 모으러 다니는 사람들 어찌 사는지 궁금키도 하고,
또 불우이웃 돕기 차원에서 나는 고물상에만 가면,
그들 말동무가 되어주고 막걸리도 자주 샀다.
사장인 친구가 세상을 뜨며 발길을 끊었으니 구상무를 안 본지가 정확히 7년 되었다.
“구상무님은 지금 뭐하세요?”
나이는 나보다 열 살 더 많다. 겉늙어 한 백 살쯤 되어 보인다.
“뭐하긴? 여직 손수레를 못 버리고 있다네.”
파지 돈이 안 된다. 종일 모아도 3천원 벌기 힘들단다.
우린 막걸리 통 나발을 불며 안주로 빵을 먹었다. 그러고 헤어졌다.
요즘은 손 막걸리가 유행이다. 술 만들고 팔기가 수월하여 너도나도 막걸리를 만든다.
복순도가라는 막걸리를 샀다.
이게 값이 만만찮다. 1병에 12000원이다.
일반 막걸리 열병 값에 해당된다.
일전에 어느 모임에서 먹어보고 상당한 호감을 가졌었다.
인터넷으로 3병을 샀다. 술도 인터넷으로 살수 있다는 것 처음 알았다.
반주로 한잔만 한다는 것이 한 병 다 비웠다.
미스터트롯에서 영탁이 부르던 막걸리한잔이 생각난다.
아버지와의 사연을 그린 노래인데 마지막에 우렁차게 내지른, 막걸리 한잔.
나도 모르게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내 아버지도 막걸리를 지독히도 사랑하던 분이셨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아버지에게 막걸리 한잔을 대접하지 못했으니.
내가 돈을 벌 때까지 아버지는 기다리지 않으셨다.
막걸리 도수가 8도인줄 알았는데
6.5도인 복순도가 술을 보며 찾아보니 일반 막걸리는 6~7도란다.
16도인 소주보다 도수는 낮지만 막걸리 특성상 같은 한 병을 마셔도 빨리 취한다.
무엇이든지 알맞게 먹어야 보약이다. 하지만 그게 잘 되나?
이맘때면 내 집 앞을 운동한답시며 지나가는 우리 동네 막걸리대장 친구의 전화가 그리워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