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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그늘아래서

기찻길옆 2013. 3. 21. 04:47

엊그제만 해도 봉오리에 불과했던 목련이 한 이틀 기온이 올라가자 활짝 꽃을 피웠다. 음 이월 영등 할매 바람이 아직은 차가운데 눈꽃송이처럼 탐스럽게 피어 있는 목련을 보면 절로 기운이 솟구친다.

 

 

해마다 봄이 오면 목련꽃 그늘아래서로 시작되는 4월의 노래를 나는 떠올린다.

 

한 20년 되었지 싶다. 그때에 최수종과 김희애가 열연한 아들과 딸이라는 연속극이 있었다.

 

 

수잔 잭스의 에버그린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덩달아 히트하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하여서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서 뜰 안에 핀 목련을 바라보며 한석규가 부르는 노래. 목련꽃 그늘아래서. 영상과 노래가 맞닥뜨리며 어찌나 감성을 잡아 흔들던지.

 

 

역시나 노랫말은 시인이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 아니 이 분야는 시를 노래로 형상화 한 것이지만. 문득 북한에 현존하는 시인 중에도 박목월 선생 같은 분이 계실까? 생각해본다.

 

 

금강산에 관광 갔을 때에 공안으로부터 리호근 시인의 통일금강산이란 시집을 받았다. 그냥 얻어진 건 아니고 묘한 곡절이 있었지만.

 

 

예전 같으면 북의 시집을 지니고만 있어도 불순분자로 곤욕을 치러야 하지만 책자 자체를 이렇게 사진으로 올려도 무방한 지금은 좋은 세상이 되었다.

 

 

남북정상회담 1주년기념으로 남북의 작가들이 금강산을 찾았다. 그때의 감흥을 시로 담은 시집이다. 책의 재질과 인쇄는 아주 보잘것없어도 귀한 책이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리호근은 조선작가동맹 부위원장 출신이다. 우리 측으로 말하면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쯤 되는 걸로 안다. 작가는 글만 쓸 뿐이고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지만. 시인의 감정이 한쪽으로만 쏠려서 어디에서도 4월의 노래 같은 시구가 없다. 꿰나 유명한 시인이라는데

 

 

리호근은 우리의 고은선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고은이 북에 올 때마다 안내를 자청하며 말벗이 되었는데. 형평상 고은선생처럼 대취는 못하지만 기괴한 술버릇을 가진 고은선생이 그에겐 신비하게 보였나 보다.

 

 

“요즘 시인들 술을 너무 안 마셔.”

 

고은시인의 투덜거림을 흉내 내길 좋아한다는. 리호근의 시를 목련꽃 그늘아래서 다시 읽어본다.

 

 

 

 

 

 
사월의 노래 - 백남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