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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가끔 거짓말도 한다

기찻길옆 2016. 5. 15. 17:33

"폰을 놓아두고 왔다. 차좀 돌려라."

장례식장에 가며 내 차를 가져갔다. 네명의 친구를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는 폰을 두고 왔다고 한다.

 

차를 돌려서 다시 갔으나 폰은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나 가져오지 않았나 물어보았으나 친구는 술을 먹으며 폰의 전원을 껐다고 하였다.

그걸 보았다고 다른 친구가 증인을 섰다.

 

온 장례식장을 헤집었지만 결국 폰을 못찾고 우리는 돌아섰다.

익일, 혹시나 폰이 돌아왔나 궁금하여 친구에게 전화를 넣었다.

뜻밖에도 친구가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폰이 집에 있더라. 하하."

"이런? 정신을 어디에두고 그렇게 생각이 안나?"

"전혀. 아직도 장례식장에서 폰 만지던 생각만 나는걸?"

 

뇌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뇌의 저자 베르베르는 뇌도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분명 보았다고 작정하는 일들이 사실이 아닐수도 있음을 우리는 흔히 격는다.

베르베르의 뇌를 읽기 전에는 나의 뇌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거짓을 사실로 위장하는 기술을 가진 작가들에게 이런 현상은 더 잘  일어난다.

 

지난달 20일 대만여행을 갔었다.

자유여행이어서 인터넷으로 예약한 교포가 운영하는 택시를 대절하여 구경을 다녔다. 

 

진과스를 가기 위해 잠시들른 관광지에서였다.

옛날 금광이 있어서 흐르는 물이 전부 금색이라는,

이곳에서 14세때 대만으로 이주하여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택시 영업을 하는

기사와 사진을 찍었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빛나리 택시다. 빛나리의 의미는 아래, 기사의 모자안에 있었다.)

 

(여기서 사진을 찍고 아마 이자리에 흘렸나보다 폰을.)

 

대만은 불교 기독교 회교하는 큰 종교를 믿지 않고 조상신을 많이 믿는다.

그 중에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를 믿는 사원이 많다.

 

금광이 있는 진과수로 가는 길에 커다란 관우상이 있었다.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으려니 주머니에 있어야 할 폰이 없었다.

생각하니 택시 안에서 손에 들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사원을 돌아보고 내려왔는데 이런?

내 자리에 있어야 할 폰이 안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폰을 손에들고 있었는데. 당연히 좌석에 있어야 하는데.

 

(금광으로 이동하며 관우는 뒷모습만 찍을수 밖엔.)

 

영특한 택시 기사는 앞서의 자리로 차를 돌렸다.

시간은 30분 정도 흘렀고.

그곳은 머무는 자리가 아니고 지나며 사진 찍고 떠나는 자리이라.

 

한국을 생각하니 폰은 이미 남의 손에 들어 갔을 것이다.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실수는 또, 폰을 진동으로 해놓았다는 것.

 

"대만은 일본의 문물을 많이 따라서 질서 잘 지키고 범죄는 거의 없어요.

아무리 비싼 물건도 흘리면 그지리에 그냥 놓아둡니다."

택시 기사의 말 이지만 곧이 곧대로 들을 이 누가 있으랴?

 

손에 든 폰도 낚아채가는 우리나라완 좀 다르다 해도 길에 떨어진

그것도 산지 석달도 안 된 새폰이 거기에 있을린 없었다.

 

또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좀 전의 기억이 틀릴리는 없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밖의 풍경을 찍으려 폰을 들고 었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차는 10 여분을 달려서 원래의 자리에 도착했다.

우리 택시가 섰던 자리엔 다른 차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었다.

기사는 황급히 내리며 다리 난간을 둘러보았다.

 

 

 

(맑은 날씨였는데 물은 완전 금색을 띄고 있었다.) 

(도로쪽의난간 위에 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있네요."

 

아!

 내가 섰던 자리는 아니지만 다리 넓은 난간위에 눈에 잘 뜨이도록 내 폰이 올려져 있는게 아닌가.

누군가가 길에 떨어진 폰을 주워서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면서도 가져가지 않은 것이련다.

 

여기서 나는,

대만의 정직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 방금 전, 10분 전 있었던 일을 거짓으로 확신하고 있었을까? 이다.

한달이 거의  다 되는 지금에 생각해도 그 자리에서 폰을 흘렸다는 기억은 없다.

관우를 만나러 올라가는 차 안에서 밖의 풍경을 찍으려고 폰을 차창에 들이댄 기억만 뚜렷이 남아있으니.

 

젊을 적의 뇌는 그래도 정확성을 지녔을 것이다만.

 

폰을 집에두고 왔으면서도 술 자리에 놓아두고 왔다고 우기는.

그 친구의 뇌나, 나의 뇌나, 거짓말 선수로는 1등감 아닐까?